
최근 봉준호 감독이 차기작으로 발표한
<미키 17>의 원작 소설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저는 평소 SF 장르에
큰 애정을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손에 들어가 보게 되었습니다.
복제인간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죽음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존재”라는
파격적인 콘셉트가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일곱 번째 미키’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어딘가 모를 슬픔과 신비로움은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저는 단순한 모험 이야기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과 정체성,
그리고 윤리적 갈등에 대한 무거운 질문들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은
오랜 시간 제 마음속에 남을 것 같았습니다.
주요 내용: 복제 인간, 우주 개척, 그리고 인간 내면의 진실
『미키 7』은 미래의 한 극한 사회를 배경으로,
복제 기술이 인간의 생명과 정체성을
어떻게 재정의하는지를 날카롭게 그려냅니다.
주인공 미키 반스는 우주 개척지에서
‘익스펜더블(Expendabl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탄생한 존재입니다.
그는 죽음의 문턱을 넘을 때마다
새로운 육체로 부활하는데,
마치 게임의 세이브 포인트처럼
그의 기억과 의식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이후 새로운 몸에 이식되는 과정은
상상 이상의 신비로움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히 기술적 놀라움을 넘어서,
"내가 진정 나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 곳곳에서는 테세우스의 배와 같이,
모든 구성 요소가 바뀌어버린 한 존재가
과연 처음과 동일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딜레마를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작가는 복제 인간을 단순한 ‘재생 기계’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사회적 낙인,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깊은 성찰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더불어 소설은 인간이 우주로 뻗어나가는
혹독한 개척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 니플하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척민들은 매일 한정된 자원과
엄격한 규칙 속에서 고군분투합니다.
식량과 물자의 부족, 폐기물과 시신까지
재활용하는 생태 보호막 속의 생존 시스템은
독자로 하여금 현대 사회의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떠올리게 만들며,
동시에 인간의 본능적 생존 의지를
찬란하게 드러냅니다.
인상 깊은 점: 복제의 역설과 인간 감성의 따스함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마음에 와 닿은 것은 바로
미키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복제인간과 마주하는 그 순간의 심리적 고뇌였습니다.
자신의 방에서 침대에 누워 있는
또 다른 ‘나’를 보고 느낀 오싹함과 슬픔,
그리고 동시에 그 속에 숨은 아이러니는
마치 깊은 어둠 속에서 홀로 빛을 찾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공포를 넘어,
우리가 흔히 당연하게 여기는
‘자아’의 고유성과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미키 7과 미키 8이
서로의 존재를 감추며 은밀하게 공존하는 모습은
웃음과 슬픔이 뒤섞인,
정말 ‘인생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서로의 연인인 나샤나
친구 베르토와의 관계 속에서,
사랑과 의심, 그리고 미묘한 감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단순한 복제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감정의 섬세함을 생생하게 드러내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을 투영해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미키 7』은 단순히 미래 기술의
경이로움이나 SF적 스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인간 존재의
고유한 가치와 정체성에 대해 묻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이
다가오기 전, 혹은 미래에 다시금
인간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싶은 순간,
이 책은 여러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잔잔한 울림을 남길 것입니다.
편안한 차 한 잔과 함께,
이 소설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 보시길
진심으로 추천드리고 싶어요.